가티노올
달빛산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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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산행
음력 구월 열 나흘의 달은 초저녁부터 봉긋이 떠올랐다
대낮의 산길에 익숙한 시야가 차츰 희게 변하는 산등성
둥두렷이 떠오르는 달 속에 일행은 침몰되기 시작했다
잡목사이 반쯤 숨은 달이 환하게 웃으며 앞을 막는다
눈꽃처럼 흐드러진 억새풀숲에 누워 지는 해를 바라본다
붉은 산등성이를 처연하게 바라보는 억새의 군중과 일행
오늘의 이 찬연함을 내일 다시 보게되리라는 확신도 없다
내일이 없다해도 결코 안타까운 미련 같은 것 없는 순간
달빛은 우리가 디디는 산길을 박 속같이 하얗게 밝혀주었다
소나무 숲에 쉬는 달과 함께 우리도 너럭바위에 다 누웠다
체온과 체온의 자연스런 정 나눔조차도 누가 우릴 간섭하랴
박장대소하는 일행들의 소리에 놀라 달빛도 따라 웃었다.
달빛에 흐드러진 억새의 군락에 심취한 바위와 어둠의 풍광들
덩달아 웃는 소나무, 우리 밑에 깔린 바위, 배꼽을 비틀던 박장대소
세상의 제물을 다 퍼부은들 어찌 이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
자연에 흠씬 젖었다가 일상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우리는 행복
~~자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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