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티노올

새해 첫 나들이

Nsarang 2004.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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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

언제나 약간의 우유부단함
남들은 꼬치꼬치 따지고 계산하는 일들을
그냥 웃어 넘기거나 손해보는 나의 성격
새해 첫날에도 그 성격 어디가나~

그래도 식구중 한 명이 좋아하는 순대이니
조그만 가게에 다가섰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어찌...한국말이 영어보다 더 알아먹기 힘든가~
앞치마를 날리며 바삐 놀리는 손놀림과
침 튀도록 빨리 쏟아내는 사투리에 그냥 얼어붙었다.

그냥 알아들었던 말들은 1인분 삼천원.
그리고 오천원과 육원...2인분 오천원에 준다는 말 같았다.
2인분 주세요~~

길쭉하고 시커먼 순대에서 나는 뽀얀 김은 별안간 화장실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동그랗게 말리는 시커먼 순대가 머릿속에는 언젠가 개밥이라고 실례 해놓았던
친구 녀석 X 같아 보였다.
어쩜 맛이 없을지도 몰라~~~
그놈의 친구 얼굴을 떠올리니
맛이 사라졌다.

오천원 주었다.
"와 오천원이라요~~""육천원주이소~~"
"아까 오천원원만 달라고 안 했나요..?"
"모라카노...?"
엥~~무서버라...얼른 천원 더 주고 들고 나왔다.

못 알아들으면 정신이나 잘 차려야지~~으이그~~~
.
.
친구 놈 생각에 한번 먹고....아들녀석...엄마 이상해...여기꺼는 써~~~
엄마...정신 있는 사람이가~~이리 많이 사가지고 누가 먹을라꼬~~
모가 일인분에 삼천원씩이나 주고사노...!혼자 다 먹으소~~
.
.
갈매기나 주자...갈매기의 선물이다~
이놈의 갈매기들....안 먹네.
새우깡만 먹고 아무리 꼬셔도 안 먹네~~

우이씨...!
친구 그놈 있었으면 다 먹으라구 주었으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날렸다.
.
.
자갈치시장 아지매~~

이거 얼마예요..?
"5섯마리 오천원주이소~~"
잠깐만요.....
칼을 잡은 아줌마의 손은 내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칼날은 오징어 두마리째 배를 가르고 있었다.

젠장...말 좀 할 기회를 주어야지...
.
.
회 센터에 들어섰다.
"행님요~~행님요~~"
울 엄마 이곳에 동생 이리 많이 맹글었남유..?
이분은 나보다 열 살은 많은 것 같은데요..?

그분의 따뜻하고 투박한 사투리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 했다.
이 고기 저 고기...담아서 저울에 달고 또 말하고...열심히 썰어 내려가는 칼 질...
그리고는 마치 내가 고기를 고른 양..
"정말 직여주는기라요" "고기는 계절이 있는기라여" "징말 잘했능기라요"

몰 잘했지...? 나는 나에게 물어 보았다.
내가 잘 한것은 가만 있었던 것~~그거 외에는 없었다.

그냥... 그렇게 내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을 보았다.

하지만, 싸게 잘 샀다는 느낌은 왜일까....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에 인정이 넘치고 포근함을 가득 담아서 돌아와서였다.



사랑 가족 첫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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