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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사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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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팔짱을 끼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림 한 점 주웠습니다.

토요일 야간산행으로 달빛사냥을 갔더란 이야기는
벌써...발빠른 통신으로 전해들으셨으리라~

그림을 그리듯 보셨으리라...산에 오르고
웃고 떠들고 탄복하고 밤추위에 서로의 마음을 덮어주고
부축하며 허기를 위해 냄비우동,전어회,머나먼 바이칼호수여행에서
가져온 보드카-(이건 아끼느라 다음에 마신다고 안마심)-시인의 마음을
닮은 붉은 포도주,내옷을 벗어서 너에게 입히고 맞바람이 추울텐데...
언덕밑 내자리를 내어주고, 경비실용 무식하게 큰 랜턴으로 야간식탁을
밝힌 회장님...서로의 마음을 따르고 마시고 뎁힌 情
손수 만든 산행대장의 돼지고기찌개의 맛은 잊히지 않으리라


달은 말씀이 없으셨지만
산에 오르고 달을 바라본 우리 동인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듣고 새기고 간직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인생도 이러하리라
이렇게 희부연 달빛아래...전등의 도움없이도
다 보이지만 가끔씩 돌부리...아찔하게 걸리고
헛디디고 넘어질라 조심하게.

망루의 거센 산바람을 몸으로 받아 우는 억새는 무슨 새인가?
억은...가슴억자인가? 무엔가?

한이 많은 사람은 가슴으로 우니까...그런가?
한을 품었으니 잎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아시나요?

모르는 것 빼고 다 아는 vandy는 억새풀...만지거나 쓰다듬지 마세요!
바로 칼이랍니다. 식물학자처럼 아는체 하는 것 보셨나요?


바람이 불면....물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쏟아지고
달은 무슨 말을 꼭 할 것만 같아... 애가 타던데요.

달아! 나를 보았으니 고맙다 카거라!-그님도 행복하고
온다던 서방님 대신 쪼꼬만 보디가드 델꼬 댕기는 그님도 행복하고
큰짐 지고도 다람쥐보다 빠르게 선봉에 서서 더디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산부엌꺼정 채려서 돼지고기찌개로
모두에게 보시하는 대장님도 행복하고
말없이 달보고 뜰채없어 건지지 못해 애태우는 그님도 행복하고
이보퉁이 저보퉁이 알뜰살뜰 챙겨서 수발하는 그님도 행복하고
젊어서 이쁘고 모든이들 살피는 살림꾼,살가운 그님도 행복하고
보일러실 계단만 오르락내리락한 실력으로 구두발로 산행한 용감한 그님도 행복하고
러시아에서 가져온 보드카, 온천시장에서 사 온 전어회,뒤에서 일행을 밀어준 그님도 행복하고
그 달빛을 소재삼아 언젠가 무대에서 날개옷의 솜씨로 승화시킬 그님도 행복하고

그 행복을 골고루 나누며 살아갈 님들....

못오셨지만...그 달빛산행에 마음 보내준 님들께...안부를 전합니다.

남은 가을날...행복하소서~

달을 보면서 낮에 해를 바라던 해바라기를 떠올렸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행복하게 멋지게 아프게 서운하게
보냈음을 고백합니다.

내 소중한, 열렬한 그대들에게 달빛사냥기를 올립니다.

2004 십일월 첫날





                                                        ~  석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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